기업가정신을 깨우자 / 제3부 ② 기술 장인형기업 성공사례 ◆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실내골프 돌풍을 일으킨 골프존이나 단백질 의약품 보툴리
눔 독소를 개발한 메디톡스, 독성검사 전문업체 바이오톡스텍, 혈당측정기 개발업체
인포피아, 안테나 전문기업 에이스테크놀로지 등은 남이 주목하지 않는 사업영역에서
독자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 기업이다.
이처럼 창의적 아이디어 구현과 기술 혁신은 중소벤처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업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선정ㆍ발표한 국
내 25개 강소기업 목록에도 이처럼 기술 혁신으로 장인(匠人) 반열에 오른 기술 장인
기업이 13개로 가장 많다. 이러한 기술 장인기업 유형에 속한 업체 수는 판로 확보에
주력하는 마케팅기업이나 추가적 기술ㆍ시장을 발굴하는 개척자기업, 뛰어난 기획능력
을 기반으로 당초 사업계획을 확장해 가는 건설가기업 유형보다도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골프존
은 골프 시뮬레이터 기술 하나로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을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 기술 장인기업이다. 물론 이 회사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건 아니다. 창
업자인 김영찬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24년간 정보기술(IT) 분야 경험을 쌓은 평범한 회
사원 출신이다. 그는 1993년 삼성전자 시스템사업부장을 끝으로 그해 처남과 함께 음
성사서함(VMS) 서비스업체를 차려 이후 7년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해당 업계가 운세
검색이나 폰팅으로 쏠리는 등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자 김 사장은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2000년 그는 골퍼들이 연습장과 필드에서 전혀 다른 기량을 보이는 점에 착안해 골프
연습장 전용 시뮬레이터 개발에 착수했다. 노후를 걱정할 나이인 쉰 넷에 골프존을 창
업한 것이다.
회사 설립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설비가 필요 없는 IT업종이었고 카이스트 신기
술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기 때문에 많은 자금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좀
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엔지니어 확보가 가장 시급했다. 김 사장은 "당시 3차원(3D)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국내에 몇 안 돼 우리처럼 갓 창업한 기업이 그들을 섭외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찾아가고 또 찾아가는 삼고초려 작전을 썼다. 맨몸으로 부딪친 결과 그의 비전을
믿은 엔지니어 5명이 김 사장과 손을 맞잡았다. 2002년 1월 첫 시뮬레이션 골프시스
템은 그렇게 탄생했다. 실제 골프와 비거리 오차가 3% 안팎일 정도로 기술은 정확했다
.
첫 영업은 골프박람회에 부스를 마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사장은 "값은 얼마를 받
아야 할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무조건 박람회를 찾은 손님
들에게 명함을 받아 우편물을 보내고 전화도 거는 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고 했다.
그해 매출은 1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장은 점차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크린골프가 급속도로 확대되
자 당초 골프연습장용 시뮬레이터로 개발한 골프존 제품이 스크린골프 영업장에도 팔
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적은
수직으로 뛰어올랐다. 2005년 50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314억원, 2008년 1009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4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몇몇
외국산 제품 대신 기술력이 뛰어난 골프존 제품을 애용한 결과다. 김 사장은 "후배
창업가도 기술을 갖고 고객이 원하는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메디톡스와 바이오톡스텍 등이 독자 기술을 보유한 장인기업으로
손꼽힌다. 선문대 미생물학과 교수였던 정현호 대표는 2000년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주름살 제거제를 상용화하기 위해 메디톡스를 창업했다.
보툴리눔 독소 연구는 그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1987년부터 꾸준히 해 왔지만 교
수가 된 이후에는 늘 연구비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학술진흥재단이나 교육부 등 정부
에서 나오는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그는 창업이 필요했다.
창업은 정 대표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줬다. 그는 "순수과학을 상아탑 안에만 가둘
게 아니라 창업을 통해 상품화시킴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이 내 연구 혜택을 얻은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그것이 산학 연계 창업의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스는 연구 역량을 축적해 가며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창업 6년
만인 2006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보툴리눔 독소 독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젠 보톡
스로 대표되는 외국계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주름살 제거제 시장에서 당당히 시장점유
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경영에 대한 경험 부족은 자금조달 등 적잖은 위기도 불러왔다. 정 대표는 "연구
비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며 "창업 후 6년간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개발만 진행해 왔기 때문에 심한 자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긴 것은 오직 기술력이었다. 그는 국내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외
국 시장을 겨냥하며 새로운 주름살 제거제 제품 개발을 거듭했다. 주위에서 투자가 이
어졌고 지난해 1월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정 대표는 "열악한 국내 제약업계에서 기술력으로 거둔 성공에 적잖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경영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창의적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
는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성공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수의학자였던 강종구 대표도 2000년 컨테이너 6개 규모 공간에서 바이오톡스텍을 출범
시켰다. 이 회사는 의약품이나 세포ㆍ유전자 치료제 등 의학 물질에 대해 인체 유해성
을 평가하는 비임상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형적 기술드라이브형 기업인 셈이다
.
창업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녹십자 유한양행 등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 이 회사는 결
국 외국 진출까지 성공하며 시장 적응적 기술기반 기업의 명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바
이오톡스텍은 기술 창업기업이 오직 기술력에만 매달려서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 업체를 기술 장인기업으로 꼽은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도 "기술에 대한 전문성만 확
보하면 창업 성공은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
하다"며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하고 외국 시장 선점에 과감히 노력하는 기업가정신이
기술 창업기업에서 꼭 발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V3 Pro 백신 프로그램 개발로 국내 컴퓨터 보안시장의 문을 연 안철수연구
소나 지식 검색ㆍ게임ㆍ포털 총아로 인정받는 네이버의 NHN 등은 국내 기술 장인형 기
업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또 의료정보 소프트웨어를 최초로 창안하며 국내 벤처기업 1호로 떠오른 비트컴퓨터와
대기업 사업영역이 돼버린 내비게이션에 주목해 혁신적 기술로 시장을 개척한 팅크웨
어, 반도체ㆍLCD 장비업체 스마트에이스, 반도체 복합칩 생산업체 이노칩테크놀로지
등도 기술집약적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성공한 대표적 업체다.
[서진우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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