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된 김씨는 보름동안의 병원비로 235만원을 부담하게 되었다. 큰 병도 아닌데 이런 저런 검사비에 입원비까지 한달 월급보다 많은 액수가 청구되었지만 전문가(?)에게 가입해 놓은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외국계 생명보험사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 선배를 만나 병원비 영수증과 진단서를 건네 주고 보험금이 입금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보험금이 입금되었다는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받고 통장을 확인하고 그는 깜짝 놀랐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처음 보험에 가입할 당시, 어떤 질병이나 재해에도 모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분명히 들은 것 같은데 막상 입금된 금액은 카드로 지불한 병원비에 턱없이 부족한 겨우 36만원밖에 안되었던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험의 특성을 잘 구분해서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
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리고 각 보험들은 질병이나 사망을 보장해 주는 것과 노후를 보장하는 것, 자동차, 고가품, 손해배상 등 미래 우연한 불행으로 큰 돈이 들어갈 일을 대신 지급해주는 내용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중 질병이나 사망, 상해에 관한 의료비 일체와 관련된 보장의 내용을 보험업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서 알아보자.
우선 생명보험의 가장 큰 특징부터 보자.
생명보험은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받고 피보험자의 생명에 관한 보험사고가 생길 경우에 약정한 보험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인보험(상법 제730조)이다. 주된 특징은 지금까지의 생명보험은 보험사고가 생기면 구체적으로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고
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정액(定額)보험이다. 한마디로 김씨가 병원에 가서 어떤 치료를 받건 병원비 전액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험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에서 미리 정한 치료비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 민간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생명보험은 법 제도적으로 이렇게 상품구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서 민간의료보험제도가 통과가 되면서 앞으로 생명보험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으료보험제도가 공보험의 개혁을 위협하고 미국과 같이 의료서비스양극화를 더 부추길 위험이 있다해서 반대의 목소리도 많아 지난해 통과되고도 제대로 자리잡기는 요원하다. 특히 생명보험사들 조차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 하고 있어 단기간내에 의료보험을 만들어 출시할 지는 의문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입한 생명보험 상품은 앞서 이야기 한데로 특정 질병 혹은 특정 치료방법에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고 막연히 병원가면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다 해주겠지 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 밖에 없다.
다음은 손해보험을 잘 살펴봐야 한다.
손해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회사가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생길 우연한 사고로 피보험자가 입을 재산상의 손해보상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보험(상법 제638·665조)으로써
실제 손해액 만큼의 보장을 해주는 실손(實損)보장보험이다.
좀더 쉽게 이야기를 하면 한마디로 김씨의 경우 병원비가 20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만일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의료비 보장 보험을 갖고 있었다면 병원비 거의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이 없지 않다. 여전히 몇가지 특정 치료내용에는 보장이 제외되거나 전체적인 보장 범위가 의료비는 3000만원 한도내로 묶인다는 한계가 있다.치주질환이나, 신경계통, 항문관련질환, 정신과, 출산 관련 치료비는 각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지급이 안된다. 그리고 의료비는 매년 혹은 5년 주기로 갱신되며 이때 보험 연령의 증가에 따라 보험료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5년 단위로 비싸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김씨가 가입한 생명보험은 사망에 대해서는 종신토록 보장하고 그 상품에서 보장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최고 80세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손해보험은 일단 종신토록 보장받는 것은 없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보험료 테크가 필요하다
보험상품에
연금상품이 있다보니까 사람들은 보장성 보험도 저축의 개념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게다가 판매를 하는 설계사들이 매월 내는 보험료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매달 혹시 있을 사고에 대비해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당당히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 만기 환급금에 관한것이나 해약환급금에 관한 것을 부풀려 이야기하게 되고 고객들은 저축도 하면서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개념으로 보험을 접근한다.
그러나 보험은 비용이다. 특히 노후를 대비한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특정 불행을 대신 보호해 주는 보장성 보험은 철저히 비용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돌려받아봐야 이자계산은 커녕 오랜 기간 묻어둔 댓가도 원금에 못미치는 돈인데 저축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일단 비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만큼의 내용을 설계하되 최소의 비용으로라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흔히 수입의 8%니 12%니 이것은 판매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수입과 무관하게 현재 출시되어 있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각각의 상품 장단점을 활용해 최대한 적은 보험료가 지출되도록 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는 사망시 1억의 보장을 받고 더불어 몇가지 질병과 암등에 집중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아직 나이가 젊은 관계로 굳이 상속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김씨는 종신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다소 비효율적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종신보험에서 보장하는 사망내용은 정기보험으로 대체하고 의료비는 손해보험상품을 활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아이들 보험과 부인것 까지 의료비보험에 특약으로 구성해 가족형으로 가입하고 운전자 보험까지 특약에 넣고 나니까 전체적으로 월 보험료를 20만원가까이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줄인돈은 장래 아이들 교육비로 활용하기 위해 장기
투자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각 가정마다 약간은 조금씩 사정도 틀리고 보장의 필요내용도 틀릴 것이다. 특별한 가족력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생명보험사의 특정 질병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불어 3000만원 정도의 의료비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손해보험사의 상품보다는 생명보험사의 보장 한도도 크고 보장 기간도 긴 상품으로 특정 질병이라도 설계를 해서 갖고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정답은 결국 각 가정내의 상황과 특이 사항에 맞게 상품의 장단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비용을 철저히 따져보고 최소비용으로 설계해서 보장성 보험료로 돈이 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김진만/에셋비 FP 컨설턴트 kjm@asset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