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일까. 보험사는 “보험 약관상 기질성 치매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외상성 치매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단어조차 생소한 기질성 치매는 알츠하이머처럼 뇌가 지속적으로 퇴화돼 생기는 질환. 결국 권씨와 가족들은 마치 모든 치매질환을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한 문구 때문에 마음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보험사의 광고를 믿고 가입했다 낭패를 봤다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분쟁 건수는 8219건. 오한나 보험소비자연맹 팀장은 “과장·오인 광고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다 보니 분쟁 건수는 매년 20~30%가량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의 1시간짜리 보험광고를 분석한 결과 특약이나 보장내역 등 가입 시 유의사항을 내보낸 시간은 불과 1분밖에 되지 않았다”며 보험 불완전 판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가입자 본인이 보험의 관련 보장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보험사의 화려한 광고문구 뒤에 숨은 실제 보장내역을 꼼꼼히 체크해보자.■ 특약가입해야 받는 보장은 아닌지 확인해야 ■우선 특약과 관련한 사항을 확인해봐야 한다. 특약이란 기본 보장 외 다른 부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실버보험은 “치매 시 2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옆에 작은 글씨로 ‘특약 선택 시’란 글자를 볼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치매도 보장되는 것처럼 교묘히 만든 것이다. 또한 기질성 치매만 보장하는지, 아니면 외상성 치매도 보장하는지도 가입문의 전화번호 밑에 깨알같이 써진 참조사항 부분을 확인해봐야 한다.
주계약과 특약 보장 내용을 구분 없이 사용해 마치 주계약을 통해 모든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문구도 있다. ‘질병 입원 시 첫날부터 6만원, 주요 질병 입원 매일 10만원’이란 광고문안를 예로 들어보자. 내용만 보면 누구나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조건이지만 특약 미가입 시 입원보험금 6만원만 지급된다. 특약에 가입해야 입원비 6만원과 함께 매일 10만원의 입원보험금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 암보험도 발병 확률 낮은 특정 암인 경우 많아 ■‘사망 시 최대 3억’처럼 ‘최대’나 ‘최고’란 표현의 문구들은 무조건 의심해봐야 한다. 3억원을 보장하는 보험의 경우, 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 ‘수술비 최고 100만원’이란 문구도 마찬가지. 문구만 보면 모든 수술에 대해 100만원을 보장해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맹장이나 치질 같은 1종 수술엔 30만원, 갑상선이나 담석증 같은 2종 수술이면 70만원을 지급한다. 뇌수술이나 폐동맥과 같은 3종 수술일 경우에만 100만원을 지급한다. ‘최고’라는 표현으로 교묘히 차등 지급이란 의미를 숨겨버린 것이다.
‘입원비 최고 10만원’ ‘뇌출혈, 심근경색 시 8000만원’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이 경우엔 광고문구 아래나 옆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3일 초과 1일당, 1회 입원 시 120일 한도’와 같은 괄호 안의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 ‘입원비 최고 10만원’을 내준다는 문구는 실제론 입원 4일째부터 입원비를 지급하고 그 한도도 4개월까지다. 게다가 사고 발생 시기가 기준이 되므로 사고 후 4개월이 지나 입원하면 입원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한 차례 입원비를 받았다면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입원비를 다시 받을 수 있다.
■ 보험료 예시 기준 교묘히 속여 ■‘암 진단 시 최대 8000만원’이란 문구에도 현혹되지 마시길. 실제론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특정 암에만 해당될 뿐 아니라 보험 가입 후 2년 이내 암이 생기면 보장금액의 50%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월 1만900원으로 여성 특정 암 보장’ 이 광고문구를 보면 누구라도 당장 가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월 1만900원으로 이 같은 걱정을 모두 덜 수 있을까. 이 광고문구 아래쪽엔 작은 글씨로 ‘25세 여성 기준’처럼 연령이 기재돼 있다. 결국 가입자의 나이가 많아지면 보험료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더 있다. 홈쇼핑이나 지면광고의 마지막 부분에 작은 글씨로 ‘1년을 만기로 자동 갱신되는 상품은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피보험자의 현저한 위험 증가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하지만 문장이 길고 표현도 어려운 데다 글씨도 눈에 띄지 않아 보험 가입자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나이가 많아도, 병이 있어도 OK~’라고 부르짖지만 실제론 과거 병력이나 진단사항을 보험사에 사전 고지하지 않으면 추후 병에 걸려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실버보험은 가입 전 심사를 하지 않아 일반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따라서 납입된 보험료가 사망보험금보다 많은 경우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오모씨(65)는 “20년간 총 1660만원을 납부하도록 설계했지만 사망 시엔 단돈 1000만원밖에 받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험상품은 위험을 대비하는 보장성 기능이 중요함에도 최근 투자나 저축 개념이 강해졌다. 대표적인 상품이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변액보험. 보험설계사나 홈쇼핑의 쇼핑호스트들은 유니버셜보험의 입출금 기능을 통해 변액유니버셜이 마치 은행예금처럼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납입은 기본 보험료의 총액 이내에서만 가능하며 중도인출도 해약환급금의 50% 이내에서 연 12회 한도로 할 수 있음을 가입자는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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