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財) 테크/재(財)테크·증권투자

증시여 안녕~망하거나 짐싸는 테크 기업들...

공주~ 2011. 6. 3. 19:55

'망하거나 퇴출되거나 매각되거나…'

벤처, 중소 상장기업들이 주식시장을 뜨고 있습니다.
특히 '테크'라는 이름이 붙은 기업들은 망하거나 퇴출되거나 팔려나가는 세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코스닥 시장의 최대주주 변경공시는 총 115건. 코
스피 시장 43건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6개월 전 코스닥 98건, 코스피는 36건에 비
해서도 크게 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테크(Tech)',혹은 '텍'라는 이름이 붙은 IT,신성장기업의 잇딴 매
각입니다.

5월 들어서만 신화인터텍, 엔하이테크, 시노펙스그린테크가 매각을 발표했고 씨앤비
텍도 매각을 추진중입니다. 3~4월에도 KJ프리텍, 화우테크, 잘만테크가 매각됐습니다
. 이름에 '테크'는 안붙었지만 유비컴, 이룸지앤지, 에코솔루션, 유비프리시젼 등도
벤처정신으로 사업을 일궈온 IT분야 중소기업입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전통의 '테크'강자들의 운명이 눈길을 끕니다.

지난 주말 매각을 발표한 신화인터텍은 30년 넘는 업력을 가진 전세계 광학필름 1~2위
업체. 1988년부터 회사를 이끌던 이용인 회장은 지분 23.2%를 300억원에 오성엘에스
티에 팔고 시장을 떠났습니다. 이후 100억원을 신화인터텍복지기금에 쾌척하고도 200
억원을 받고 완전히 시장에서 '엑시트'한 경우입니다.

1994년부터 KJ프리텍을 이끌어오던 홍준기 사장도 최근 적대적 M&A 분쟁 끝에 결국 '
매각'을 선택했습니다. 홍 사장은 지난 23일 지난해부터 계속된 개인투자가들의 M&A제
안을 받아들이며 지분 약 15%와 경영권을 80억원에 매각키로 했습니다. 일본 주켄공업
그룹사로 출발, 초정밀부품업체로 백라이트유닛(BLU) 등을 LG, 샤프 등에 납품해온
이 업체는 2009년부터 통화파생상품(KIKO)손실 등에 휘말리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
니다.

CCTV카메라 업체 씨앤비텍의 경우 2006년 6월 상장 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매각될 예
정입니다. 이 회사는 99년 7월 설립된 뒤 매년 흑자, 2005년 매출 1200억원을 거뒀고
2009년 포브스에서 꼽은 아시아 200대중소기업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모니터와 컴퓨터 부품을 만들던 잘만테크는 3D사업에도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결국
시장을 뚫지 못하고 매각을 택했습니다. 이영필 대표는 1999년 창업해 2007년 코스닥
에 회사를 상장시키기까지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이제는 경영진의 길을 접고 '변리사'
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매각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습니다.

핸즈프리 등 휴대폰부품회사로 26년 넘게 회사를 꾸려온 자티전자 이광순 대표도 두
차례 매각불발 끝에 또 다시 매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을 고향 동네 고개
이름을 쓸 정도로 애착을 갖고 키워온 기업이지만 이 대표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생각입니다.

통신장비 사업에서 염료감응영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들며 주목을 받았던 티모테크놀로
지의 문병무 대표이사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인 문
대표는 신사업 연구와 자회사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계획입니다.

자동차엔진개조,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을 펼치던 이룸지엔지도 창업자인 최경호 회장이
2년 전 물러난 뒤 김문섭 대표이사가 최근 경영권을 매각했습니다.

2001년 대인정보시스템으로 출발한 IT소프트웨어 업체 엔빅스와 2000년 증시에 입성한
하드웨어업체 유니텍전자 모두 대주주는 부동산을 택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팔지 않았다가 부도를 맞거나 상장폐지로 마감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삼성 출신의
벤처기업가 김문영 대표가 이끌던 알티전자의 경우, 자금난과 대주주지분 반대매매에
시달리다 결국 부도 후 퇴출됐습니다.

무선인터넷 부품을 만드는 씨모텍은 이재만 전 대표가 회사를 M&A업체인 나무이쿼티에
매각하고 떠난 뒤 각종 횡령배임에 시달리며 퇴출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PCB부품을 LG에 납품하던 엑큐리스의 김경희 대표도 경쟁에 뒤지며 매각을 결정했지만
, 무자본 M&A등에 휘말리며 주가와 실적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후 업황의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인들은 '탈출구'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
다. IT버블에서도 살아남았던 '벤처 1세대' 한글과컴퓨터는 수차례 매각됐고, 터보테
크도 한차례 매각된 뒤 힘겹게 사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격화되는 경쟁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 하루하루 피말리는 자금 압박, 주가 등락에 따
른 주주들의 원성 등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스스로 내놓고 떠나고 있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국세청의 세무조사,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검찰의 압수수색
도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IT강국 코리아를 만든 건 벤처기업의 도전과 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 속에서 경쟁하고 호흡하던 벤처정신은 한국증시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