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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도 재테크의 수단

공주~ 2010. 1. 25. 11:16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낭비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돈을 벌어도 저축이나 재테크를 하기는커녕 빚을 갚기에도 모자라다. 엉뚱한 곳에 돈을 쓴 것도 아니고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빚만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에 사고가 생겨 빚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민들의 현실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소위 신용불량자로 불리는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다. 내 힘으로 빚을 꼭 갚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선의의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몇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혼자 힘으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이 제도를 잘 활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K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지난 2004년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K씨는 2년 간 세식구의 가장 노릇을 해왔다. 아버지가 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신용대출, 카드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는 병에 걸려 사회활동이 불가능하게 됐고 병원 신세를 지는 처지가 됐다.

월 180만원의 급여로 생활비, 병원비, 대출이자 그리고 아버지의 부채보증까지 책임지던 K씨는 점차 한계를 느꼈다. 부족한 생활비는 10여개의 카드 현금서비스로 충당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부채는 1억5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대출금을 연체하게 됐고 급여압류통지서까지 받았다.

벼랑 끝에 몰린 K씨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해결책은 개인파산이었다.

◆개인파산 후 편의점 사장으로

개인파산을 하고 5년이 지난 2009년 K씨는 더 이상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아닌 편의점 사장이었다. 개인파산 신청 당시에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K씨의 경우 파산에서 면책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파산 후 그는 직장을 그만뒀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생활비, 월세, 병원비를 충당하려면 최소한 월 150만원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밤낮으로 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도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고 어머니도 인근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족수입은 월 350만원가량으로 늘었다.

K씨는 파산 후 2년 만에 3000만원가량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편의점 및 유통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편의점을 오픈하는 데 성공했다. 부족한 자금은 평소 신뢰가 깊은 지인들 5명에게서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을 투자받아 충당했다.

조영경 중앙이아이피 자산관리센터 팀장은 "재무상담을 위해 만난 K씨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생활하고 있었다"며 "가족 전체 생활비는 월 150만원을 넘지 않았으며 편의점 운영 순이익은 월 800만원에 달했고 지난해에 두번째 편의점도 오픈했다"고 소개했다.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

금융채무불이행자의 불명예를 벗고 편의점 사장으로 변신한 K씨에게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 개인파산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조 팀장은 채무를 감당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안 된다면 최대한 서둘러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조 팀장은 "오히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K씨가 채무보증을 하지 않고 아버지가 개인파산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며 "그랬다면 본인은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늦게라도 개인파산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채무 해결을 위한 제도로는 개인파산 외에 개인회생, 개인워크아웃 등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는 자 또는 상환이 가능하다고 심의위원회가 인정하는 자가 대상이다. 반면 개인회생은 최저생계비의 150% 이상의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가 신청할 수 있다. 개인파산의 경우 소득이 없거나 있어도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개인파산에 대해선 부정적인 이미지가 특히 강하다. 개인에 대한 신용과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조 팀장은 "채무자 입장에선 전적으로 워크아웃보다 파산이나 회생이 유리하고 특히 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며 "파산이나 회생 모두 앞으로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연체가 되고 나면 수년간 금융권 거래나 보증보험 등 신용거래는 불가능하고 당연히 정상적인 기업체 취업도 힘들다"며 "2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으려면 매달 200만원씩 상환해도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는 만큼 하루 빨리 파산절차를 진행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도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의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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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여부는 자신의 몫

물론 이 같은 제도들이 악용돼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파산을 한 후 다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K씨 역시 개인파산으로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결국 근면 성실한 생활태도가 없었다면 경제적인 안정을 되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 팀장은 "개인파산으로 빚을 해결했어도 1~2년 내에 목돈을 마련해 재기하지 못하면 다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K씨는 고난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과도한 소비생활로 빚을 지고 채무불이행자가 됐다면 재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소비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파산 후 불필요한 빚을 만들지 않는 소비습관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