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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주례사

공주~ 2009. 6. 3. 14:47

전 세계인이 애창하는 노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을 지은 존 하워드 페인도 정작 그 자신은 ‘행복하고 즐거운 나의 집’은 고사하고 평생 쉴 집은 물론 家庭(가정)이란 걸 가져 보지도 못한 채 독신으로 떠돌며 살다가 아프리카에서 객사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꽃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라고 노래한 그의 歌詞(가사)대로라면 자신은 분명 착한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꽃 피는 언덕 위 하얀 집 같은 데서 살았을 법한데 인생이란 게 노래나 글처럼 살아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 날(오늘) 부부의 날(21일)이 이어져 있는 가정의 달에 새삼 우리 자신들의 가정은 ‘스위트 홈’인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넓은 집에 재물이 넘치고 成年(성년) 자식이 철 드는 것만으로 행복한 집이 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가정이란 끼리끼리 상호 감동을 생성해 내고 그 감동이 家風(가풍)과 같은 보이지 않는 그 어떤 氣運(기운)으로 이어져 가족 서로에게 두루 미쳐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江州(강주) 陳(진)씨 집안의 故事(고사)와도 같은 이야기다. 강주 진씨 집안은 700여 가솔들이 언제나 식사 때는 어른, 아이가 아래위 질서 있게 한데 모여 식사를 했다는데 집에서 기르던 100여 마리의 개들 또한 한우리에서 먹이를 먹으면서 그 중 한 마리만 오지 않아도 모든 개가 먹이를 먹지 않고 그 개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고사로, 한 가족의 和平(화평)이 짐승에게까지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행복한 가정(스위트홈)은 그처럼 노래나 말의 염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길일까? 5월 가정의 달에 평생 단 두 번밖에 주례를 서지 않았다는 성철 큰스님의 주례사에서 그 깨침을 새겨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인용해 본다.(이하 요약)

“첨 결혼식장에서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서로 돕고 살겠느냐고 주례가 물으면 ‘예’라고 약속해 놓고 3개월, 3년을 못 넘기고 남편 땜에 못 살겠네, 아내 땜에 못 살겠네, 다툽니다. 이렇게 인생이 괴로움 속에서 거꾸로 도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 선보고 사귀면서 남자, 여자 서로 학벌이니 재산이니 따지고 골랐기 때문입니다. 고르고 따져보는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덕 보겠다는 마음이 실망과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남편에게 덕 되는 아내, 아내에게 도움 되는 남편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살다가 아이를 잉태할 때도 아내를 편안하게 해줘야 善神(선신)을 잉태하는 법이니 잉태 동안엔 남편도 시부모도 함께 修行(수행)을 해야 좋은 집안입니다.

낳은 뒤에는 어린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마십시오. 싸우는 아이 나오는 건 싸우는 부모 닮아서 그렇게 됩니다. 아이가 클 동안 3년은 직장도 그만두고 아니면 업고 다니세요. 아이가 세 살 될 때까지는 아이를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그 뒤에는 아이를 2차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대학에 떨어지든지 말든지 남편에겐 아내가, 아내에겐 남편이 첫째입니다. 남편이 전근 가도 무조건 따라가십시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중심에 놓고 살면 아이들 전학 몇 번 해도 문제 없이 잘 자랍니다. 저 혼자 오냐오냐 키우면서, 부부는 헤어지고 갈라져 살면 아무리 애한테 잘해줘도 망칩니다.

또 내 자식만 귀엽게 여기지 말고 이웃 아이도 귀엽게 생각하고 내 부모만 섬기지 말고 이웃 노인도 섬기세요. 노인들에게는 불효하고 내 자식에게만 정성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합니다. 저게 누굴 닮아 저러나 하지 마십시오. 자기들(부부) 닮아서 그런 건데…. 서로 받들고 사랑과 감동을 나누며 사십시오. 그러면 집에 비가 새도 사는 재미가 있고 나물 먹고 물 마셔도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즐겁자고 사는 거지 괴롭자고 사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金廷吉(명예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