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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敎領(교령)의 충고

공주~ 2009. 6. 3. 14:48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 차를 몰면 어떻게 될까 제 아무리 운전 솜씨가 좋은 운전기사라도 맘먹은 대로 몰기가 어려울 것이다. 의욕만 앞서서 액셀러레이터를 열심히 밟아도 헛바퀴가 돌며 제자리서 맴돌거나 핸들을 정확히 맞춰도 엉뚱한 방향으로 미끄러지기 쉽다.

집권 초, 경제 대통령이란 ‘브랜드’로 의욕적 출범을 한 MB정권을 두고 ‘빙판 위의 운전기사論(론)’을 충고한 사람이 있다. 天道敎(천도교)의 김동환 敎領(교령)이다. 대구 토박이인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직언했다는 충고는 이런 내용이다. “대통령님께서는 경제 지표나 %에만 매달리지 마십시오. 지금 이대로는 경제가 대통령께서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유는 국민들과 여러 계층 집단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서 얼음 빙판처럼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민심이라는 밑바닥이 얼음처럼 미끄러우면 바퀴는 바퀴대로, 바닥은 바닥대로 따로 돌고 상호 호응이 안 됩니다. 아무리 대통령님께서 운전을 잘하려 애써도 헛바퀴만 돌거나 엉뚱한 곳으로 미끄러집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먼저 민심의 바닥부터 녹여서 바퀴와 바닥이 서로 잘 맞물리게 만드는 일부터 힘쓰십시오.”

교령의 충고를 염두에 두고서 어제오늘 MB정권의 행보를 살펴보면 영락없는 빙판 위의 운전사란 공감이 간다. 5대 0이란 재보선 참패 결과도 ‘빙판 민심’을 드러낸 경우고 집권 전부터 물과 기름처럼 한 지붕 두 가족의 마찰을 드러내 왔던 친박 계파와의 알력 역시 같은 경우다.

여성 동지 한 사람의 마음조차 녹여놓지 못하고 오뉴월 서리 내린 바닥처럼 얼려 둔 채 단지 핸들 잡고 있다는 勢(세)만 믿고 몰아가니 ‘원내대표 카드’ 무산 등 번번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빙판 운전이 집권당의 집안 안방에서만 지그재그 주행을 한다면 또 괜찮다. 그런 미끄러짐과 방향 상실의 빙판 운전이 국정 전반에 나타나게 되면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안정과 안보에까지 폐해가 밀려오게 되니 문제다. 예를 들어 4대 강 살리기로 변신한 대운하 논란만 해도 애당초 민심의 바닥과 정권의 바퀴가 잘 맞아떨어지게 충분히 조율했더라면 굳이 4대 강 살리기로 포장을 바꾸지 않아도 됐을지 모를 사안이다. 오히려 원안대로 운하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 미래 국토 개발과 낙동강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더 합리적이고 유익했을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좋은 방향이었는지는 MB라는 운전기사가 핸들 한 번 제대로 못 돌려보고 시동 걸자마자 미끄러지고 끝났으니 알 수 없다.

국정방향은 옳았는데도 민심을 먼저 녹이고 바퀴에 맞게 다져두지 않은 탓으로 국가의 미래가 엉뚱한 곳으로 미끄러져가고 있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런 것들이 다 빙판 민심을 녹이지 않은 채 제 갈 길만 서두른 무소통과 자만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한 MB정권의 빙판 위의 운전 스타일은 젊은 측근 실세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 놓고 있는 갖가지 정책에서도 그대로 닮고 있다. 공교육정책만 하더라도 정책 수용자인 학생, 학부모 계층의 바닥 정서조차 충분히 공감되게 설득시키는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새 메뉴만 꺼내니 숟가락 들기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의 이 대통령 친구(천신일 씨)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을 감싼다는 기미를 보여 민심 바닥을 얼게 한다면 공권력의 바퀴마저도 헛돌게 된다. 공권력의 약화는 곧 노무현 전 정권의 응징 불가로 이어지고 좌파 부활이라는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

국민의 생각과 의식이 저만치 앞서 가있는 깨어있는 시대에는 권력이라는 핸들을 쥔 운전사가 제 혼자 아무리 솜씨를 자신해도 민심이 얼어 있으면 미끄러지게 돼있다. 그만큼 계층 민심의 바닥부터 통치 권력의 바퀴와 서로 잘 맞물릴 수 있게 녹이고 다져놓은 뒤 겸허하게 핸들을 잡으라는 뜻이다.

좀 더디더라도 좋다. 교령의 충고처럼 경제 수치에 조급히 쫓기지 말고 의욕 과시의 포로도 되지 말고 민심과 함께 바퀴를 굴려라. 그래야 방향도 속도도 제대로 얻을 수 있다. 국민들은 어디로 미끄러질지 모르는 빙판 위의 車(차)에는 함께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金 廷 吉(명예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