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 흔들려 찍혔지만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사진
휑한 파주출판단지의 밤길, 일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종종 걸음으로 걷던 길이었다. 멀리 꺾어진 길 끝을 바라보면서 셔틀버스가 곧 와야 하는데..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길 가운데 있는 일이라고 끝이 없는 일이라고 그랬지. 새로운 길은 당연히 헤매고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을 잃어버리는 방향치인 나로서는 참담한 진실. 그래도 꺾어진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아직도 궁금하기만 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먹고 자고 책 읽고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빈둥빈둥 생활을 했다. 아무리 자도 자도 10시를 넘길 수 없어서 일어나서는 밥부터 먹고-일단은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다시 자다가 일어나서 소설책 한 권과 에세이 한 권을 읽고, 뜨거운 물에 샤워 쫙 하고 청소까지 마쳤다. 청소기에 긴장한 고양이들과 육포를 나눠먹다가 갑자기 솟아오른 식욕에 남아있던 식은 밥은 재가열로 데우고 냉장고에서 유통기한까지 간신히 버텼거나 그 기한을 살짝 지나간 아해들을 꺼내서 고추장 팍팍, 비벼서 비빔밥으로 먹었다. 들어간 반찬에는 김무침, 달걀찜, 멸치볶음, 오징어포볶음, 쑥갓 등... 비빔밥 재료로 썩 어울리는 아해들은 아니었지만 기쁜 한 끼가 되어주었으니 고마울밖에. 그리고 다시 즐거운 낮잠. 8시 쯤에야 일어나 다음 주의 일용할 반찬들을 시장에 가 사오면서 생각해 보니 집 밖으로 나온 게 처음이었고.. 사람을 만난 게 처음이었다. 이런 거 나쁘지 않네... 중얼거리면서 차가운 겨울 밤 하늘을 바라보는데 가슴 한 쪽이 두근거렸다. 살아 있는 게.. 기뻐.
이제 혼자서도 밥 잘 먹고 고양이들도 잘 키우고 집도 잘 가꾸고 일상을 잘 살 수 있게 된 거다. 외로움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장하다,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제 약하다고, 그저 사랑받고 싶다고 엄살부리지 말자. 다 나았으니까 대일밴드도 이젠 떼도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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