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건강 생활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나의 피로 내안의 암을 낫게 한다

공주~ 2008. 1. 11. 13:57
탈모·정상세포 파괴 등 부작용 없어 건강한 혈액 보관도 가능
면역세포를 활용한 새로운 간암 치료법이 2007년 국내 첫선을 보였다. 간암 환자가 자신의 혈액을 이용해 암세포를 없애는 면역세포치료법이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현재 관동대 명지병원, 서울하나의원 등에서 간암 환자에게 이 치료법이 시술되고 있다.

▲ 지난 10월 23일 서울 남대문 인근 이회창 전 총재 사무실 빌딩 앞에서 ‘이회창 대선출마 촉구’ 집회를 갖고 있는 지지자들. photo 조선일보 DB
항암면역세포치료라고 불리는 이 치료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암 환자의 피를 약 20㎖(종이컵 반 컵 분량) 뽑아낸다. 이 혈액 속에서 신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림프구’를 분리하고 이를 체외에서 배양한다. 배양을 통해 면역세포는 그 수가 늘어나고 면역 기능도 강화된다.

다시 T림프구에 ‘사이토카인(cytokine·암세포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신호전달물질)’ 처리를 하면 이 림프구는 암세포에 대한 정보를 지닌 ‘암세포 공격수’가 된다. 2주간의 T림프구 배양이 끝나면 곧바로 환자에게 주사 형태로 주입한다. 환자의 혈액 속에서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만든 ‘암세포 공격수’가 활동해 암세포를 없앤다.

‘이뮨셀-LC’라는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한 이노셀에 따르면 “간암에 걸린 66세 남성을 항암면역세포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 3개월 후 종양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서울용산하나의원의 박윤준 원장은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어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면역세포치료는 보통 5회 시술을 받는데, 가격은 2000만~2500만원 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이 시술 방법의 아이디어는 건강한 우리 몸에서도 매일 암세포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다만 우리 몸의 백혈구가 암세포가 생기는 족족 없애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환경적인 이유나 신체 연령이 늘어나면서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 백혈구가 모든 암세포를 없앨 수 없다. 살아남은 하나의 암세포는 순식간에 2개가 되고 4개, 8개, 16개 식으로 자가 증식하며 암덩어리로 커진다. 실제 암환자의 경우 면역세포의 면역기능이 건강한 사람의 절반 수준이고, 면역세포의 수도 정상인의 반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암 치료에는 크게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3가지 방법이 이용돼 왔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물치료가 항암화학요법이다. 항암면역세포치료는 기존 암 치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세포 치료’. 항암면역세포치료제라고 해서 특별한 약을 만든 것이 아니고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를 뽑아 증식시키기 때문에 엄밀히 따
지면 약품이 아니라 기술이다.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면역세포치료는 자신의 백혈구 수를 늘려 암세포만을 집중적으로 제거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치료의 원리로 암 예방 차원에서 항암면역세포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암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위와 같은 원리로 신체의 면역세포 수를 늘려줄 수 있다고 한다.

이노셀사는 면역세포치료제 외에 세포보관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원료인 환자의 혈액세포를 병 없이 건강할 때 미리 혈액 속에서 분리해 냉동보관하는 사업이다. 수십 년 후 고객에게 암이 발병했을 때 냉동보관된 림프구를 배양해 다시 혈액에 주입한다. 가격은 10년 보관형이 320만원. 한 달 2만 70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셈이다. 2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인터뷰 | 이노셀 정현진 대표

“한때 줄기세포로 오해 받아 곤욕… 최근 두 달새 15억 매출”

서울대 의대 83학번인 정현진 대표는 2003년 마흔 살이 되던 해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뻤던 때라고 한다. 시련은 외부에서 밀려왔다. 황우석 교수 사태가 터지면서 줄기세포치료로 오인된 면역세포치료사업까지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한창 연구비를 투자 받아야 하던 시점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 술 참 많이 마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노셀의 주가는 1만원대에서 5000원대로 떨어졌다.

“너도 사기꾼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이 무척 많았어요. 모든 신기술이 그렇지만 우리도 어렵게 개발한 기술인데 사기라고 매도되는 게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때 떨어진 주가가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고요. 그런데 올해 식약청에서 시술 허가가 났습니다. 저희는 조용히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정 대표는 “의학산업의 미래를 그려볼 때 새로 개발한 기술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지금 암에 걸린 사람은 돈을 얼마를 쓰든 최고의 병원이 있는 나라로 건너갑니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가족을 데리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의학 수준은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면역세포치료에 관해 한국은 세계적입니다. 이노셀이 세계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암에 걸린 사람은 한국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기술을 수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암에 걸린 환자를 불러들이면 되는 것이니까요.”

바이오 붐이 분 이후에도 바이오 벤처기업이 매출을 올리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이노셀이 최근 두 달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은 바이오시장에선 이례적이다.

“이제 사업 초기단계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현재 상용화 성공단계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환자들에게 잘 알려 도움을 주고 매출을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직 세포치료에 관해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 대표는 칠판 앞에 펜을 들고 서서 면역세포치료에 관해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줄기세포치료, 수술치료, 약물치료와는 완전히 다른 치료입니다. 환자 개인에게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결국 환자의 치료제 원료가 환자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뽑았던 자신의 피를 다시 수혈하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간편한 항암치료가 전 세계 환자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