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
귀지,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귓속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마다 면봉, 성냥개비, 귀 후비개 등으로 후벼 파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세균침범 등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행위다.
특히 면봉이나 성냥개비, 머리핀 등으로 귀를 후비게 되면 외이도(귀 바깥으로 나 있는 길)에 정상적으로 존재해 있는 방어막(귀 표피층)이 박탈돼 세균이 침범할 위험성이 크다. 세균 침범은 외이도 염을 촉발시키고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게 된다.
심할 경우 고막이나 이소골(귀안의 소리를 전달하는 뼈) 손상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귀를 자주 후비면 물리적 자극으로 귀지선에서 더 많은 귀지가 분비된다.
대전 선병원 이비인후과 박문규 과장은 “귓속은 일부러 파내지 않아도 스스로 정화능력이 있는데다 귀지 또한 바깥쪽으로 자라는 귀의 형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밖으로 배출되도록 돼 있다”며 “귓속을 자주 건드리는 습관은 귓속에 피해를 입힐 뿐”이라고 조언했다.
귀지는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이지만 외이도 피부를 외상으로부터 보호하며 염증방어 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귀지가 많은 상태에서 귀에 물이 들어가거나 습기가 차면 귀지가 팽창해 난청을 초래하거나 세균의 배양지 역할을 하게 된다. 무리하게 제거하다가는 난청이나, 외이도 염, 고막 손상, 폐쇄성 각화증 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겸자나 이구, 흡인, 외이도 세척 등의 방법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만성 외이도 염의 경우 귀에 손을 대지 않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면서 약물과 항생제 투여로 1-2주 정도면 깨끗하게 치료될 수 있다. 집에서 손쉽게 처치하는 방법으로는 식용 식초와 물을 반반씩 섞은 용액을 면봉에 묻혀 외이도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바르는 방법이 있다.
귀지는 건형과 습형으로 나뉜다.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백인과 흑인들의 90% 이상이 습형이며 채식을 주로 하는 황인종의 경우에는 10-20%에 불과하다. 습형은 액와선의 분비가 많아 냄새를 동반한다.
박 과장은 “일반적으로 마른 귀지는 괜찮지만 젖은 귀지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귀안 이물증세나 폐쇄증세가 있고 귀에서 냄새가 날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안전하게 귀지를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황해동 기자>
출처 대전일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