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두바이 사태와 같은 일이 흑백논리로 분명한 결론이 내려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는 언제나 그렇지 않고, 검은 면과 하얀 면이 함께 존재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필자의 의견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움 선언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현국면에서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두바이 사태 당일 나타난 금융시장의 동요는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충격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성 장애로 작용한 것뿐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2010년 금융시장에 난관이 많을 것임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2010년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금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데, 그 이유는 우선 규모 때문이다. 두바이월드가 지불유예를 선언한 규모는 590억 달러이다. 비교사례로 거론되는 2001년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움 선언액 1,321억 달러의 45% 정도이다. 여기에 2001년에 비해 전세계 경제규모가 1.8배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 규모는 더욱 줄어든다. 즉 2001년 아르헨티나 모라토리움 선언액은 당시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0.4%였던 반면, 2009년에 예상되는 전세계 GDP 대비 두바이월드의 지불유예액 규모는 0.1%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주변 국가의 상황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 사태는 곧바로 이웃국가인 브라질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콜롬비아, 페루 등 주변 남미국가에 대한 위기설도 동반되었다. 그러나 두바이 사태는 다르다.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다. 여타 주변 국가인 쿠웨이트, 바레인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 대규모 산유국으로 2001년 당시 남미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았다. 유럽계 금융기관이 중동에 대해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두바이 사태 당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신용경색의 척도가 되는 리보시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즉 두바이 사태로 유럽계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약간 훼손되겠지만, 이로 인해 특정 유럽계 금융기관이 부실이나 파산으로 치닫지는 않는다는 얘기이다. 선진국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두바이 이외의 지역으로의 악영향도 제한적이다.
이상 세 가지 측면에서 금번 두바이 사태가 새로운 금융위기의 신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아직 처리해야 할 난제가 많음을 보여준 것이다. 2010년의 경우 세계 경제가 아직 저성장 국면에 놓여있고, 여기에 출구전략에 따른 마찰이 발생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두바이처럼 아직 취약한 이머징국가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 이번 사태를 통해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이다. 우선 두바이 사태 직후와 같은 패닉에는 동참할 필요가 없다. 아직 국내외 경기가 상승국면이고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출구전략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연말 선진국 소비특수로 인해 금융시장이 회복되는 국면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내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는 있다. 2010년이 2009년에 비해 대부분의 국가들의 성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2010년 금융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두바이 사태와 같은 일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2010년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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