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2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가 두 달 사이 1570선까지 하락하며 횡보장을 연출하고 있다.
주가는 충분히 싸졌다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당장 반등을 이끌 동력도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 고민이 깊다.
지난 11~13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이 투자포럼을 열고 2010년 투자시장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경제 전망을 토대로 '내년 증시의 5대 핵심 키워드'를 내다봤다.
◆ 금리 인상 시기 빨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신중론자로 꼽히는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일 열린 '2010 경제전망 포럼'에서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요약되는 주요 20개국(G20)의 공조가 내년엔 한결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중동 등 이머징지역을 중심으로 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 카드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센터장은 "위안화 절상 압력이 큰 상태에서 중국은 통화절상 뒤 수지를 맞추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물가도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달러 약세ㆍ원화 강세 계속된다
= 국내 기업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화는 내년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은 "미국 모기지 매입 시기가 내년 1분기까지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계속 들어오고 미국 경기 회복이 글로벌 대비 시차를 두고 늦게 진행되고 있어 주요 통화 대비 금리 차이가 쉽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원화 강세를 예상했다.
특히 수출경쟁 대상국인 일본 엔화보다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빠른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화가치는 엔화보다 15% 정도 저평가된 상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ITㆍ자동차 경쟁력 더 이어진다
=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환율에 의지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998년 이후 수출주 주가는 원화가 강세일 때 함께 올랐다"며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원화 강세는 결국 한국 경제가 좋다는 의미여서 IT와 자동차 등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 기업에 큰 악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ㆍ기아차는 2000년 이후 2004년까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원ㆍ엔 환율이 당시 평균보다 30% 이상 절하돼 있는 상태라 아직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 탄소배출ㆍ녹색시장 이슈 지속
= 올해 발광다이오드(LED), 2차전지, 전기차 등이 '녹색성장'을 이끌었다면 내년엔 탄소배출권 사업이 녹색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국이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지정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기업에 '녹색규제'가 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 해결책은 탄소배출권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다. 이는 선진국이 후진국에 유해가스 저감 설비를 지어주고 절감에 따른 배출권을 공유하는 사업으로 종합상사와 건설사의 인수ㆍ합병(M & A) 및 사업 협력이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LG상사가 LG디스플레이와 저감장치 협력에 나섰다"며 "탄소 거래가 활성화되면 LG상사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삼성엔지니어링 SK네트웍스 GS글로벌 등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제약ㆍ게임주 '수출주'로 활약
= 미국 헬스케어 정책과 더불어 전 세계 제약산업이 재편됨에 따라 국내 제약주들은 새로운 기회를 노릴 만하다.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들의 의약품 특허 만료가 임박해 2012년까지 수익성이 급감할 우려가 커진 반면 한국 주요 제약사들은 낮은 원가율과 효율적인 판관비 통제로 가격경쟁력 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 LG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업체의 수출 확대를 기대하는 근거다.
불황 감내 업종으로 여겨졌던 게임주도 수출주로 거듭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등 주요 업체의 게임 수출은 올해 전년 대비 35% 증가한 14억8000만달러에 달하고 국내 게임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11억3000만달러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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