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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넘는 전기차 누가 사나.. 정부정책 ‘과속주의보’

공주~ 2009. 10. 18. 21:23

A씨: 전기자동차 가격이 얼마죠?
영업사원 B씨: 아, 이 모델이요. 이번에 새로 나왔죠. 가격은 1억1000만원입니다.
A씨: 1억1000만원이요? 중형차 한 대에 무슨 1억원씩이나….
영업사원 B씨: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전혀 들어가지 않죠. 또 이산화탄소 등을 전혀 뿜어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친환경 자동차죠.

A씨: 아, 네. 다음에 또 올게요. 그럼 이만. 위에 언급된 내용은 오는 2011년 하반기쯤에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현실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A씨는 기름값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키로 하고 서울의 한 자동차 대리점을 찾았지만 전기차를 사는 것을 포기했다. 1억1000만원은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경기 용인 현대·기아차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국산 전기자동차를 당초보다 2년가량 앞선 오는 2011년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개발 지원

△전기차 주행 및 안전기준, 충전시설 설치 기준 등 법·제도 정비

△시범생산 및 도로운행 실증사업 지원

△공공기관 및 일반소비자 대상 보급 지원 등

4개 분야로 나눠 전기차의 양산·보급 시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산 전기자동차를 2011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고 오는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의 10%를 점유,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의 지위를 선점할 방침이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업계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친환경 자동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지금이라도 상용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효율이 떨어져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기차는 공허한 환상일 뿐"이라며 정부의 2011년 양산계획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 쏘나타의 전기차 모델을 만들 경우 차값이 무려 1억10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억1000만원의 가격 중 8000만원이 배터리 값이라는 것. 배터리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자동차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8∼10시간을 충전해 고작 100㎞를 갈 정도의 출력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 기술은 소재 개발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2년여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없는 분야다.

일본의 친환경 자동차 전문가도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아키히코 오쓰카 일본 도요타 승용차개발센터 수석엔지니어는 "배터리 기술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하이브리드 차인 3세대 프리우스보다 더 좋은 차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며 배터리의 한계를 지난 6월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급조된 전기차 상용화계획이 자칫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교하지 못한 단기적·성과지향적 정책은 무분별하고 비효율적인 재정 집행으로 이어져 혈세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야기되고 있다.


■용어설명

 

전기자동차 =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구동하는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전기모터만 구동해 주행하는 자동차로 대용량·고출력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수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연료전지차와도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