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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공채 은행들 ‘인턴 어찌하나’

공주~ 2009. 10. 20. 23:13

은행마다 우대 조건 달라…서류심사 도중 결정하기도

"야! 국민은행 짱이네요." 지난주 국민은행이 대졸 공채 서류 합격자를 발표한 뒤, 한 온라인 취업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그럴만 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전형에서 입사 지원자 중 인턴 경험자 대부분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전체 입사지원자 중 서류 전형에서 살아남은 비율은 11%다.

최근 취업 관련 온라인 까페엔 은행권 입사 지원자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그 중에서도 올해 초 은행권에서 인턴생활을 했던 지원자들의 이야기가 유독 많다. 하지만 어떤 은행에서 인턴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이번 공채에서 이들의 운명은 갈릴 듯하다.

이유는 은행마다 인턴 경험자 우대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은행을 빼고 대부분 은행들은 이번 공채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명확한 내부 기준을 세워놓지 못했다. 국민은행 역시 입사 지원자 중 인턴 경험자 대부분에 대해 서류심사를 통과시켜주기로 한 것도 서류 심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가까스로 결정됐다.

오는 22일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의 경우엔 특히 올해 초 인턴 채용 공고를 내며 대졸 공채시 정원의 20%를 인턴 가운데서 뽑겠다고 한 공언이 발목을 잡았다. 객관적 기준은 밝히지 않은 채 채용 비중만 명시적으로 내세웠던 탓이다. 우리은행은 결국 정원 200명 가운데 40명은 인턴 간 경쟁으로 뽑기로 최근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인사 담당자는 "20% 비율은 대외적인 약속이어서 지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각 은행들마다 이번 공채 과정에서 인턴 경험자 처리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턴 경험자를 파격적으로 우대하다간 자칫 일반 지원자 역차별로 비칠 수 있고, 정반대로 이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면 인턴 경험자들로부터 생색내기를 위한 공수표만 남발했다는 원성을 살 수 있는 탓이다. 올해 초 국내 은행들은 정부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며 예년보다 15배 정도나 많은 5693명을 인턴으로 뽑았다.

그나마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은 애초 인턴 채용 때부터 공채시 우대 기준을 명확하게 밝힌 터라, 다른 은행에 견줘선 고민이 적은 편이다. 인턴 채용 당시 공채에서 전혀 우대가 없다고 밝힌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공채에서 인턴 경험자가 지원한 사례는 전체 지원자 2만여명 가운데 100여명에 그쳤다. 박찬 신한은행 부행장은 "서류 심사 때 (인턴 경험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특별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다만, 주요 평가 항목이었던 자기소개서에 인턴 경험을 설득력 있게 서술했다면 평가자들이 좋은 점수를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서류심사와 실무자 면접 면제 등 파격적인 우대 기준을 인턴 채용 때 내걸었던 하나은행도 별다른 잡음 없이 공채가 진행됐다. 지난 7월과 10월에 진행된 대졸 공채 결과, 최종 합격자 300여명 가운데 23%인 70명이 인턴 경험자였다. 임영호 하나금융지주 상무는 "최종 임원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 중에 이왕이면 하나은행에서 일해본 지원자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