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론’ 한발 후퇴… “부동산에 달렸다”

지난 몇달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해 왔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동안 상승세가 이어졌던 채권금리가 급락했고 주가는 급등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금융완화 기조는 당분간 유지하면서 4·4분기 이후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0%)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이후 8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 총재는 특히 "(경제주체들이) 기준금리 인상이 '먼 훗날'의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지난달 그것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원론적) 의미로 얘기를 했는데 언론 보도 등에서는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처럼 나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달 10일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를 올려도 긴축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이 총재의 태도가 바뀐 것은 그동안 우려했던 부동산 시장이 일부 안정기미를 보인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이 있으며 주택대출 증가속도도 떨어졌다"며 "당국에서도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지, 불안심리가 되살아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에 따른 대출금액 제한) 제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도 부담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현재 2.0%인 기준금리를 감안할 때 금융완화 정도가 강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해 금리인상의 여지는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환율하락세와 관련, "외환시장의 일방적 쏠림이 반복되는 것은 좋지 않다"며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 발언의 영향으로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11%포인트 급락한 연 4.36%를 기록하는 등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을 제외한 모든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지수가 31.33포인트(1.94%) 급등한 1646.7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