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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 파문] 검찰 항소 포기가 12년刑 불렀다

공주~ 2009. 10. 2. 07:21

"소변을 보려고 범행 현장인 교회 건물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어떤 남자가 나왔다. 그 남자 나온 문을 열어보니 나영이가 앉아 있었다. 나영이를 일으켜 세웠지만 다시 주저앉았고 범인으로 몰릴 것 같아 그냥 나영이를 화장실에 두고 나와 집으로 갔다."

●조씨 "제3의 진범 있다" 발뺌

나영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57)씨는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나영이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정에서 "제3의 진범이 있다."고 새롭게 주장해 나영이가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범행 당시 상황을 증언하도록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13일 긴급 체포됐다. 1983년 8월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적이 있고, 범행 현장인 교회 화장실에서 조씨의 지문 3개가 채취됐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감정결과에서도 조씨의 흰 운동화와 양말에서 발견된 혈흔이 나영이 유전자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영이는 경찰이 보여준 9장의 사진에서 조씨를 뽑아내 '가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는 경찰·검찰조사에서 교회 화장실에 간 적이 없다고 빨뺌했다. 화장실에서 지문이 채취됐다고 증거를 들이대니까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1심 제3차 공판 때 조씨는 또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뛰어나오는 것을 본 것 같다."며 제3의 진범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나영이가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일 교회 화장실로 데려갔던 사람은 조씨다."라고 진술, 조씨의 거짓 해명을 일축했다.

●검찰 항소·상고포기 왜

지난 3월 1심 때 검찰은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만취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며 감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전자발찌 부착 7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강간상해범에게는 징역 5년에서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3세 미만에 대한 강간상해죄의 경우 기본 6년~9년형으로 정하고 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은 항소, 상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씨만 '형이 무겁다.'고 상소했다. 2심과 대법원(3심)은 12년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검사가 상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법원은 원심의 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선고 관행에 비춰 징역 12년이면 중형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항소해도 법원이 형량을 높여 선고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상소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법원 판단기준 해명 필요"

김민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검찰과 법원의 이 같은 판단기준에 대한 해명과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성폭력을 저지른 해당 범죄자가 가장 큰 문제지만, 그 범죄를 용인해온 사회적인 환경과 인식을 우리 역시 암암리에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