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당면한 문제를 풀어 내는데 가장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하고 그래도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물며 수 십년 후에 닥칠 문제에 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은퇴설계를 해나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은퇴준비의 시기는 따로 있지 않다.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각자의 재정적 상황은 은퇴에 눈을 돌릴 시간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정해진 소득, 계속되는 지출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은퇴설계의 어려움이 있다.
은퇴설계가 실제 가정에서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40대 중반이 넘어설 때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기에는 은퇴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벌리기가 두렵거나 자녀들이 성장하여 학교를 다닐 즈음에는 직장은 이제 자신의 목숨줄이 되기 시작한다. 이 때가 되면 일이 재미없어지고 몸은 더욱 힘들어 진다. 가계수지는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도 40대 후반이 최대의 소득을 올리는 나이로 나타난다. 한편 이 시기를 지나면서 가계수지 잉여규모도 감소하기 시작한다. 즉, 소득과 가계잉여의 감소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후에는 은퇴준비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더 이상 개선할 방법이 없을 만큼 시간이 지나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퇴설계 시 3가지 원칙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일찍, 어떻게 은퇴설계를 해나가야 할까.
은퇴설계를 원활하게 해나가는 방법은 본인의 사고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기에 몇 가지 원칙을 첨가한다면 쉽고도 정확하게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지금 이 시점에서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꼭 필요한 비용 산정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들(자녀 교육비, 대출이자 등등)은 제외하고 부채가 없고 자녀들에 대한 부양이 모두 끝난 이후 두 부부가 원하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을 소비하는 가족이 있다고 하자. 교육비가 월 50만원, 부동산 구입에 따른 대출이자가 30만원, 저축이 20만원, 보험이 10만원 정도 지출되고 나머지가 일상 생활을 위한 소비성 지출이 될 것이다. 전자를 “비 소비성 지출” 이라 하고 후자는 “소비성 지출”이라 한다.(단, 교육비는 소비성지출이다) 은퇴 이후 생활비와 직결되는 것은 후자로 이 중 추가로 지출될 항목을 추정하여 더하고 은퇴 시에는 지출이 되지 않을 항목을 추가로 빼면 은퇴 시 필요 비용이 나타날 것이다.(20년 후 은퇴이더라도 현재의 가치가 중요하다. 20년 후의 비용은 현재 산출된 비용을 물가상승률로 계산하면 문제가 없으므로 현재 기준으로 추한하는 것이 좋다.
<예>홍길동씨(40세)의 은퇴 비용계산
소득 : 세후 300만원
지출 : 교육비 50만원, 대출이자 30만원, 저축 20만원, 노부모 용돈 20만원, 보험 10만원, 자동차 할부금 30만원, 생활비 10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여행준비자금20만원.
은퇴시 필요자금산정 : 교육비는 자녀 성장에 따라 소멸됨(제외)
대출이자는 정상적인 상환에 따라 소멸됨(제외)
저축은 소비성지출이 아니므로 제외됨(제외)
보험은 은퇴시점에 모두 납입하는 것으로 가정(제외) 자동차 할부는 일시적 부채이므로 (제외)
생활비 중 자녀 용돈 등은 제외
경조사비 유지, 여행 준비자금은 계획에 따라 추가함.
의료비 추가 설정 필요
따라서 140만원 내외의 은퇴 생활비가 예상된다.(일반적으로 은퇴생활비는 은퇴전 생활비의 70%내외를 산정하는 것은 통계분석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써 위의 논리와 일맥 상통한다.)
2. 예상되는 수입, 확정적 수입의 산정
은퇴시점에 예상되는 확정적 수입으로는 연금 소득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자산소득의 축적규모 운용결과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금소득은 대체로 산정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물가를 반영한 연금액이므로 미래 설계 시 그대로 반영하면 된다. 한편, 개인연금은 운용결과에 따라 예정 금액이 달라지므로 현재 불입한 금액과 향후 불입할 금액을 현재의 운용수익률로 계산하여 은퇴시점까지 원리금을 산정한 후 균등분할 상환 공식에 따라 연금 수급기간 동안에 안분하면 결과가 나온다. 주의할 사항은 국민연금은 실질 소득을 반영하고 개인연금은 명목소득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3. 현재의 자산과 앞으로 모으게 될 자산의 규모 산정
현재의 자산은 현재의 실현 가능한 운용수익률로 은퇴시점까지 그대로 복리 계산하면 된다. 적립자산은 3년 마다 발생되는 원리금을 복리로 처리하자(적금상품의 단리 처리는 실제 투자자의 투자행태와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인 적금상품의 만기일인 3년을 기준으로 roll-over한다.)
은퇴설계 시 주의할 점
은퇴설계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주의해야 할 부문이 있다. 은퇴설계는 성격상 장기 simulation을 하게 되므로 현재의 약간의 변화가 크게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일관된 가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투자자산의 운용수익률을 6%로 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을 7%로 한다거나, 상품에 따라 과거 수익률이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산정은 매우 위험하다.(작년 투자수익률이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30%에 이른 반면 물가상승률은 3%였다고 이를 그대로 20년 내내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은퇴설계 시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바로 은퇴 시점이다. 은퇴시점의 조정이야말로 가장 많은 고민 끝에 정해져야 할 것이다.
고객 대부분은 더욱 빠른 은퇴를 바랄 것이다. 은퇴 시점을 빠르게 가져갈수록 은퇴 전에 해야 할 일은 훨씬 많아진다. 은퇴설계가 가져다 주는 메시지는 “빨리 은퇴하고 싶다면 빨리 준비하고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하고 더 나은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