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기대수명의 증가와 의료 서비스의 발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 이대로 가면 2050년쯤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노후 생활을 해결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의 부모 부양 의식이 희박해지고 있으며, 저출산으로 젊은이들이 계속 줄어, 노인들을 제대로 부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사람들 대부분은 노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역사상 부모 세대가 자식들로부터 독립하여 노후를 보내 본 적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와 고용의 불안정으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점도 노후 준비를 저해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부모의 등이 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노후 준비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노후는 너무나 취약해질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준비해야, 비록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자식과 주위 사람들에게 신세지지 않고 품위 있게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가장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노후 생활은 오랫동안 큰 비용과 많은 노력을 들여서 준비해야 하므로, 올바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노후 생활의 구성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다음 그림에 나와 있듯이, 노후 생활은 비용 측면에서 1) 부부가 같이 사는 20여 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 2)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10여 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 3) 남편과 부인의 사망 시점에 필요한 간병 비용 4) 은퇴 직후 필요한 취미생활비로 구성된다.
둘째, 자식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식들의 독립심이 낮아서, 부모에게 학비, 결혼 자금, 주택 구입 자금을 의존하고 있다. 사실, 부모로서는 제한된 수입으로 이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서는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자식들에게 부모의 노후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자식이 사용하는 비용과 부모의 노후 생활 간의 관계를 이해시켜야 한다.
셋째, 노후 생활비를 지금 당장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때는 수익률이 낮은 상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 하며, 비용이 생각보다 비싼 펀드보다는 연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넷째, 여성의 노후 준비는 따로 해야 한다. 여성들은 남자보다 기대수명이 일곱 살 더 길다. 그래서,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부인은 대략 10여 년을 홀로 생존하면서 생활비와 의료비를 써야 한다. 물론 홀로 거주할 집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므로 여성들은 따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부인용 연금이 추가로 필요하고, 거주용 부동산은 미리 부부 공동명의로 해놓아야 하며, 남편 사망 후 외로움에 시달릴 여성을 위해서는 종교나 취미활동 같은 비재무적인 준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후 생활비의 80퍼센트 이상을 연금 지급액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시대에 침체할 가능성이 큰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를 하거나, 펀드나 정기예금과 같이 목돈 관리를 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노후에 목돈을 관리할 때는 자식과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치매나 뇌졸중과 같이 노인성 질환에 걸리면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요즘 조기 은퇴 바람 때문에 40대는, 미래 전망은 물론 당장 현재의 직장 생활까지 불안한 상태다. 게다가 자녀의 학자금 부담이 극도로 높아져, 사실상 은퇴 준비는 사치스런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40대 사망률은 또 왜 그렇게 높은지, 이래저래 치이는 세대가 아닐 수 없다.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쌓이는 게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생활을 살다 보니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50대로 들어서면 ‘막차’를 타는 것 같아, 몸도 마음도 바쁜 집단이 40대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제시한 원칙을 지키고 실행하면, 분명히 길은 있다.
40대는 자녀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 교육비 부담이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연간 4천만 원을 벌어도, 대학에 다니는 자녀 한 명당 들어가는 1천500만 원을 빼면 2천500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에서 노후 생활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시기에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되는 남편도 적지 않은데, 자녀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이 자신의 노후 준비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부양을 부담스러워 한다. 시대가 변했다면, 그에 맞게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국 40대는 자녀교육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남은 여력으로 노후 자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지만, 40대는 주식과 같은 위험한 투자 자산을 가장 선호하는 세대다. 이는 40대가, 소득은 높고 다급한 소비가 적어, 비교적 안정된 심리 상태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자본시장의 특징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용으로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을 매수하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이 탄탄하게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40대에게서 이런 특징을 발견하기란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조만간 우리 40대도 본격적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 퇴직연금 등을 통해 주식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0대는 이미 부동산이나 채권 등의 자산이 있기 때문에, 은퇴용 투자 자금만큼은 가능하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금 상품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40대는 연금 투자에 필요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따라서 개인연금 상품을 찾아보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거나, 기존의 자산을 이쪽으로 전환해 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또, 공격형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하여, 노후 자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비록 생각보다 일찍 퇴직하더라도, 지역 가입자로 전환해, 가입 기간을 단절하지 말고 지속해야 한다.
마흔이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란 말이 유행하듯이, 40대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일이 바로,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장에서 조기 해고되는 일이다. 당연히 해고에 대한 불안감은 노후 준비의 등한시로 연결된다. 그래서 40대들은 지금부터, 만약 해고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40대 이후는 20~30대와 직업을 찾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평소에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하며, 고령 사회에 걸맞게, 앞으로 20~30년간 더 일할 수 있는 직업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해고라는 패배감을 버리고 자신 있게 자격증을 준비하고, 수입은 줄지만 가볍게 일을 할 수 있고, 평소에 꼭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찾아봐야 한다.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로서 40대들은 이래저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세대다.
다른 연령층과 달리 50~60대는 은퇴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어, 은퇴 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자산을 증식하는 일보다는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은퇴 후엔, 직업을 갖기보다 건강을 챙기고, 제2의 생활을 찾는 등, 비재무적인 상황에 신경을 써야 한다.
50~60대는 투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처럼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 또,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위험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안전한 자산만 갖고 있겠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어느 정도 적당한 비율로 위험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물가상승률을 보완해 주고, 또 높은 기대수익률로 노후 생활비를 좀더 증가시켜 주는 자산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은퇴한 사람들의 연금 자산을 살펴보니, 60대의 주식투자 비중이 53.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도 마찬가지다.
현재 50~60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살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높다. 노후 생활도 부동산의 임대 수입이나 투자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는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것이 좋다. 아무리 전망이 좋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은 주기를 타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신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60퍼센트 이상이라면, 40퍼센트 이하로 낮추는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 노후 생활비의 대부분이 연금 수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부동산 임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생활비의 80퍼센트 이상이 연금 상품에서 나올 수 있도록,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각종 투자 자금을 연금용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투자용 부동산의 매각 자금, 펀드나 예금과 같은 금융상품 보유액을 현금화해서 일시납부 연금보험 상품에 넣어야 한다. 은퇴 후엔 매달 현금이 유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이 되어 치매, 뇌졸중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연금 상품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 생활 중에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할 경우에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 자산이 내려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인에 대한 사전 증여, 거주용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 남편 사망 시 종신보험의 수령인을 부인으로 지정하는 일, 유언장의 작성 등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50~60대 상당수가 정년과 은퇴를 똑같이 생각하여,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바로 은퇴 생활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55세 정도에 은퇴 생활을 시작하면, 약 30년 이상의 세월을 소득과 직업 없이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겨우 25년 벌어서 30년 이상을 소비해야 하므로, 누구도 은퇴 생활을 즐길 수 없다.
따라서 은퇴 기간에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서 컨설팅이나 시간제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좀더 위험을 부담하고 소규모 자영업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은 자영업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므로,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은 창업보다, 위험과 업무 부담이 적은 시간제를 더 선호한다는 점을 참고해 보자. 노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후 생활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가는 자식과의 관계에 달렸다. ‘자식이 노후 생활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말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가진 노후 자금을 자식들이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로 사용해 버린다면, 부모와 자식 관계도 나빠지겠지만, 자식들에게 제대로 부양받지 못한 상태니 노후 생활이 얼마나 불안해지겠는가? 그래서 50~60대는 자신의 노후 생활비에 대해 평소에 자식과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 부부용 연금이 최소한 20년간 필요하고, 남편 사망 후에 부인이 홀로 10년간 살아가려면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자식들이 잘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