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31일) 직후 적지 않은 상장사가 퇴출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대 30개 안팎의 기업이 완전 자본 잠식, 감사 의견 거절 등의 결산 관련 사유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금융 감독 당국과 회계법인의 감사가 강화된 건 올해로 5년째다. 지난 4년간 결산 때 퇴출된 기업은 159개사에 이른다. 매해 평균 40개사가 상장폐지된 것. 올해 역시 회계법인들이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해 다수의 기업이 퇴출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상장폐지 우려 기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완벽한 비법은 없지만, 몇 가지 지표를 참조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①연초부터 소액 공모한 곳 피하라
부실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중에 소액 공모라는 것이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다만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 년에 딱 한 번으로 제한한다.
돌려 말하면 연초부터 소액 공모를 실시한다는 건 그만큼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지아이바이오(035450), 지앤에스티(036920), 글로스텍(012410), 자유투어와 완전 자본 잠식, 실질 심사 등으로 퇴출이 결정된 디웍스글로벌(071530)등이 이 같은 사례다.
한 증권 업계의 전문가는 “연초면 경영진은 감사의견 거절 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며 “퇴출을 앞두고 용돈 벌이를 위해 소액 공모에 나서는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②대주주가 주식 팔면 피하라
바이오 기업 알앤엘바이오(003190)는 최대 주주가 지난해 11월쯤 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A의료재단에 114만5000주를 장외 매각한 데 이어 연일 주식을 매도한 것. 24% 이상이었던 보유 지분(신주인수권 포함)은 18%까지 줄었다. 이달 13일부터 4거래일 동안에는 110만7822주(0.97%)를 한꺼번에 팔기도 했다. 알앤엘바이오의 소액주주들은 3월 들어 최대 주주의 주식 매도가 본격화됐다는 점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자유투어(046840), 감사 보고서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는 에스비엠(037630)도 비슷한 사례다. 자유투어는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와 현 경영진 간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현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매도한 바 있다. 에스비엠은 지난해 말 갑작스레 현 최대 주주가 경영권과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③최대 주주나 대표이사가 사고를 냈던 기업
중소형주에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최대 주주 리스크(위험)’다. 중소기업은 최대 주주나 대표
이사의 그릇된 행동 한 번에 회사가 크게 휘청대기 때문.
디웍스글로벌은 전 대표이사가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또 감사 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대피앤씨는 지난해 상장폐지된 유아이에너지가 최대 주주인 기업이다. 글로스텍, 우경은 횡령 사건과 연루돼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④가까스로 위기 넘겨봐야 또…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 전환, 추가 자금 지원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겨봐야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도 이번 감사 시즌에 확인된 것 중 하나다.
쌍용건설(012650), 한일건설(006440), 대한해운 등은 한때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오랜 업황 부진으로 최근 수년간 연초마다 고전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들 중 일부는 채권단의 출자 전환으로 올해도 상장폐지 위기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긴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함이텍(009280)은 작년 초 자체 집계했던 매출액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전력이 있는데, 올해도 회계법인이 자체 결산한 매출액을 인정하지 않아 2년 연속 상장폐지 위기(매출액 50억원 미달 사유)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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