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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치는 환율 藥될까 毒될까

공주~ 2011. 5. 3. 23:25

곤두박질치는 환율 藥될까 毒될까

수출기업 "한계수준 넘어"… 전문가 "여력남아 흑자지속"
"물가상승 막아 내수기업 채산성 개선 순기능 더 크다"


[세계일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외환당국이 투기성 거래 단속에 나섰으나 '속도조절'일 뿐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워 보인다. 미 달러 약세 기조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은 큰 흐름이다. 1060원대로 내려앉은 환율은 하향 기조를 이어 연말 105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엔 '쥐약'이다. 해외 시장 판매가격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반가운 측면도 있다. 서민 숨통을 죄는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에도 수출은 사상 최고


수출기업들은 영업이익 확보의 한계 수준을 넘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표는 훌륭하다. 지난달 원화는 달러 대비 1.53% 올랐지만 수출은 497억7300만달러로 월간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 하락이 수출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통념을 깨는 현상들이다. 연평균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졌던 2006∼2007년에도 무역수지는 각각 161억달러와 146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도 세계경제 회복, 현지생산 확대를 통한 부가가치 극대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누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4월 환율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큰 폭의 하락은 아니었으며, 여전히 수출에 우호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과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기대됨에 따라 무역흑자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물론 환율 하락은 수출 여건의 악재임에 틀림 없다. 가격경쟁력 하락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원·달러 환율 1100원대가 깨진 것은 한 달 전이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했을 때 수출기업의 수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2%, 1.2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하락, 인플레 진정시킬까


넉 달 연속 4%대 물가 상승률을 잇고 있는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환율 하락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지 않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인플레 해법으로 '환율 하락'을 제시한 바 있다. 수출환경 악화에 대해서는 "그간 수출기업들은 고환율 환경에서도 많은 돈을 벌어들인 만큼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도 3일 "현재 환율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해외 물가상승의 파급효과를 막아내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 부담이 줄어들면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기업들의 생산과 민간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내수기업들은 매출액이 0.03%, 영업이익은 1.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