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서 벼농사를 짓는 곽모(48.여) 씨는 최근 몸살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쓰쓰가무시증 판정을 받았다.
옆구리서는 콩알 만한 크기의 검은 딱지로 덮인 '가피'도 발견됐다.
벼와 콩 수확에 바쁜 나머지 별다른 주의 없이 논.밭을 오가는 과정에서 병을 옮기는 털 진드기 유충에 물린 것이다.
가벼운 감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곽씨는 하는 수 없이 일손을 놓은 채 25일까지 닷새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 10~11월 집중되는 계절병
가을철 불청객인 쓰쓰가무시증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북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77명의 쓰쓰가무시증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올해 이 질환에 걸린 환자 84명 중 91.7%가 10월에 집중된 셈이다.
충남도 사정은 비슷해 이달 들어 106명의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고 전남 99명, 전북 83명, 경기 79명, 경북 69명, 경남 67명, 대전 60명 등 전국적으로 800명이 넘는 쓰쓰가무시증 환자가 새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3년간 국내서 매년 6천 명 이상의 쓰쓰가무시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5천937명이 10~12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병을 옮기는 들쥐(설치류)의 활동이 이 무렵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 감기증세로 시작
쓰쓰가무시증의 원인 병원체는 들쥐에 기생하는 리케차로 털 진드기에 의해 전파된다. 숲이나 잔디밭 등에서 사람 피부에 달라붙은 털 진드기 유충이 조직액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균체가 침투하기 때문이다.
인체에 들어온 균체는 1~3주 잠복기를 거친다. 그러고 나서 발열과 오한, 두통 등 감기증세를 보이다가 서서히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수막염 등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충북 옥천성모병원 허원석 내과 과장은 "쓰쓰가무시증은 대개 2주가량 열이 난 뒤 서서히 회복되지만,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중에는 드물게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등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하는 예도 있다"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노약자 등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의심증세를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야외활동 노출 줄여야
지난해 국내 쓰쓰가무시증 환자는 6천57명으로 충남 936명(15.5%), 전북 701명(11.6%), 경남 658명(10.9%), 경북 601명(9.9%), 경기 509명(8.4%) 등 전국에서 고루 나왔다.
보건당국은 온난화 등으로 털 진드기 분포밀도가 서서히 북상하고 있어 과거 남부지방에 몰렸던 환자가 한반도 전역으로 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환자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밭(55%), 논(26%), 산(6%) 순으로 나타났다"며 "농작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 뒤에는 옷 등을 세탁하고 귀가 후 즉시 목욕을 해 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부 노출이 예상되는 야외활동을 할 경우는 미리 바지나 소매 끝, 허리띠 부위에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진드기 접근을 막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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