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연일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향후 증시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자재값 하락과 환율효과가 상반기 국내 기업 실적랠리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증시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역시 주식을 활발히 담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까지 원화값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급등부담으로 코스피(1711.47)는 전일대비 0.43% 소폭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1200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14일째 순매수에 나서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한마디로 외환시장에 달러가 많이 돌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몸값'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실제 이날 원화값은 0.78% 상승한 1194.40원으로 1년여만에 1100원대 고지에 올랐다. 원화값이 연중 저점을 찍었던 지난 3월초 대비로는 무려 375원이 폭등했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의 연말 환율 전망이 1100원선에 맞춰진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JP모건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 시선도 1050원~1180원대에 집중됐다. 현 수준에서 최대 13% 가량 상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구체화된데다 저금리와 풍부한 달러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동반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값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규모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증시가 마냥 원화값 강세를 만끽할 수만은 없다. 원화 강세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32%에 달하는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 대형 수출주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증시 메리트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값 강세로 인한 긍정요인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국내 수출주 최대 라이벌인 일본 등 경쟁국 통화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엔화당 원화값은 환율이 현 수준 이상에서 고공비행을 했던 지난해 9월말과 비교해도 10% 이상 평가절하된 상태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 팀장은 "연말 원화값이 1100원선까지 오른다고 해도 엔화와 비교하면 5% 가량 쌀 것으로 관측된다"며 "연내 원화값 상승이 수출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시장 회복과 글로벌 경쟁업체 구조조정 등으로 수출주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환율 △수출물량 △단가 라는 실적요인 중 환율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말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는 등 시장 전체 파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경쟁사와 점유율 격차도 벌린 상태"라며 "1100원대 이상 폭등하지 않는 한 수출 경쟁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티모시 본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말 기준 원화값이 1050원까지 치솟아도 경쟁통화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어 수출주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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