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의 주인공인 월왕'구천'을 도와, 그의 패업을 완성 시킨 범려.
그는 구천의 패업을 달성시킨 후, '구천'과 같은 자와는, 고난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영화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평하고, 퇴직금 정산받아 떠났다.
역사를 봐도, 역경을 함께 했던 숱한 능신과 충신들이 대업이 마무리된 후, 토사구팽당한 예가 무수하다.
어쩌면 그의 낙향은, 구천이라는 인물이 유별나기도 했지만, 공유할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을 파악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설에 의하면, 범려는 이후 이름을 바꾸고 벽지에서 농목축업으로 대박 부자가 됐다고 한다.
낙향 후 태어난 막내 아들이 장성했을 무렵, 둘째 아들이 초나라에서 사람을 죽이고 구속됐다는 비보를 접한다.
그는 막내아들을 보내 둘째를 구하고자 했다.
그러자 상심한 장남이 '자신을 보내지 않음은 내가 불초한 탓'이라며 리얼한 자살시위를 벌였다.
장남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 범려는 통한의 한숨을 내쉈다.
장남에게 어마어마한 황금과 편지 한통을 건네며 엄숙히 명령한다.
'초나라의 장생은 나와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이 편지와 황금을 건네고 너는 오직 보고만 있거라. 절대 다른 행동은 마라.'
장남은 그길로 초나라로 떠났고, 장생을 만나 편지와 황금을 전했다.
그러나 너무 누추한 집에서, 구질구질하게 사는 장생에게 신뢰가 가지 않았다.
결국 다른 권력자를 찾아가 자신이 따로 준비해간 황금으로 독자 로비를 펼친다.
장생은 청빈하기로 이름난 자로 당시 초나라 왕의 존경을 받던 자다.
그는 범려의 편지를 받고, 초왕을 알현해 아주 짧게 일렀다.
'요즘 천기가 수상합니다'
초왕은 덕을 충전하고자 전국에 대사면을 준비한다..
이에 장남의 로비를 받았던 권력자는, 이 뜨끈한 뉴스를 장남에게 바로 알려줬다.
어차피 대사면이 내리면 동생도 석방된다.
장남은 장생에게 줬던 황금이 아까워 다시 그를 찾아가 황금의 반납을 요구했다.
장생은 지체없이 황금을 돌려주고 초왕을 다시 찾아갔다.
'요즘 거리에서는 이번 대사면이, 자식을 구하려는 범려의 로비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결국 차남은 사형 당했고, 이튿날 대사면이 단행됐다.
범려의 장남은 어린 시절부터 범려와 같이 고난을 겪으며 자랐다.
장남에게 있어 의미없이 돈을 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였다.
반면, 막내는 이미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돈 버리는 일에 구애받지 않았다.
장남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마음이고, 범려가 애초에 막내를 보내려 했던 이유다.
성격 변하는 것이 어렵듯, 소비패턴이나 돈에 대한 개념도 한번 정해지면 쉬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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