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주상복합 건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가도 엇갈렸다.
아파트를 대체할 고급 주거상품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주거문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틈새상품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공존했다.
두 개의 얼굴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 열기 뒤에는 늘 ‘거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계약자 중 절반 이상이 초기에 분양권을 되팔 정도로 가수요가 많이 개입되어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를 시작으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가 입주하면서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졌다.
2002년 10월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입주로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기록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타워팰리스는 단지 내 편의시설과 가격 상승으로 위용을 뽐냈다.
이를 계기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달리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일반 아파트보다 쾌적성은 떨어지지만 편리성과 사생활 보호 측면은 더 낫다는 인식이다.
단기 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주류를 이뤘지만 분양 현장마다 이어지는 청약 행렬을 평가 절하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한때 주상복합 아파트가 시중 단기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주상복합은 변종 주거상품일 뿐이라는 편견이 줄어들고, 아파트 못지않은 신(新)주거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 환경이 달라졌다면 눈과 머리도 바꿔야 한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과거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옥석 구별은 필요하다.
청약 경쟁률만 높고 계약률이 낮은 ‘속빈 강정’이 적지 않다.
역세권·조망·브랜드·단지 규모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최근 입주 물량도 많다. 2003년에 서울과 수도권에 입주한 주상복합 아파트만 1만2,000가구에 이른다. 2002년보다 3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규제가 늘어난 것은 주상복합 시장의 앞날에 큰 변수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가수요가 일반 아파트보다 많다.
청약 자격 제한과 분양권 전매 제한을 적용하면 가수요자가 발붙일 틈새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에 실수요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수요 확대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둘러싼 투자 환경이 달라졌으므로 대응 전략도 다시 짜야 한다. 청약 규제와 건축기준 강화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소지가 있다.
주상복합의 주거 면적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수요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상업지역 주상복합 건물의 최대 주거면적비율이 50% 안팎으로 줄어들면 주상복합 아파트의 사업성이 떨어져 분양가가 올라간다.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에 대해 분양가의 0.8%에 해당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도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앞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건축 기준과 분양 방식을 적용받는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이 경우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우선 청약권을 주고, 진입도로나 어린이 놀이터, 노인정 등과 같은 복리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분양 보증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건설비용이 10∼15%는 늘어난다고 건설업계는 말한다.
도심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도 얼마 되지 않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지으려는 업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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