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배 배명금속 회장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티타늄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 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38년 스테인리스 외길인생을 걸어온 최석배 배명금속 회장(70)은 이같이 밝혔다. 1976년 창업 이래 33년간 쌓아온 스테인리스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1년여 연구·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티타늄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된 것.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던 티타늄은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배명금속의 티타늄 생산라인의 구축 발표로 국내 자체 생산이 가능해 짐에 따라 내수 시장에서의 해외기업과 배명금속 간의 티타늄 전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배명금속은 창업 이래 30여년간 국내 스테인리스 1위 생산업체 자리를 지켜왔다. 배명금속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신용’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주물을 확보해 어떤 물건을 찾아도 적재적소에 물량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그가 철강 스테인리스 분야의 외길인생을 걷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의 철학에 따라 회사창고는 항상 많은 재고물량을 쌓아놓고 주인을 기다리는 상품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값싼 원자재비와 노동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고전이 시작됐다. 지난 4년여 동안 900억원대 매출에 머물러왔다.
이에 따라 배명금속은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위해 중국 청도에 현지 생산체제를 완비해 '맞불 작전'을 놓았다. 기술력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확보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때문이었다. 실제로 청도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후 세계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물품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문제는 중국으로 옮긴 스테인레스 국내 공장의 활용이었다. 국내 생산체제 활용을 위해 최 회장이 생각한 것이 바로 티타늄이었다.
“티타늄은 해수에 강해 담수계통에 최적인 금속입니다. 또 화력이나 원자력 등 발전기기의 주요금속으로 사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선박, 정밀기계, 반도체 등 사회 전반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속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티타늄은 탄소강과 강도가 비슷하고 철의 2배, 알루미늄의 6배나 강하다. 또 열전도율, 열팽창률이 적고 400℃ 이하에서는 강도변화가 작다. 이 같은 특성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항공기나 선박을 비롯해 자동차, 골프채 등 생활금속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인공뼈나 수술용구 등 의료용 기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태다.
최 회장이 티타늄이라는 신소재로 방향을 전환한 또 다른 이유는 성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신용을 위해 창고 가득히 쌓아 놓았던 재고 물량도 과감히 줄이는 선택을 했다. 티타늄 생산라인이 성공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는 자심감에 따른 것이다.
물론 개발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화약으로 쓰일 만큼 폭발성이 강하고 산소와의 친화력이 좋아 진공 속에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노심초사하며 연구에 임했죠” 최 회장은 티타늄이라는 광물을 이해하기 위해 다섯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 했다.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에 대형 용광로를 설치하고 스테인리스 생산 체계를 완성했는데 국내 티타늄 생산라인을 실패한다면 배명금속의 미래 계획이 무산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양한 응용분야를 갖고 있는 티타늄 생산으로 금속 인생의 사활을 건 최 회장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그간 티타늄은 일본 업체들이 독과점으로 장악해 왔습니다. 일종의 배급 방식으로 물량을 한정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제 배명금속이 그 구조를 깨겠습니다.”
최 회장은 티타늄 시장의 진입장벽이 있겠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만드는 티타늄의 개발 방식과 배명금속 측의 방식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관세가 없는 배명금속의 물건이 보다 값싸게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티타늄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압박도 없고 일본도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원자재를 사오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우리 물건이 장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배명금속은 지난해 12월5일 티타늄 생산체제를 완비했다고 공시했다. 그러자 이 회사 주가는 종가기준 1198원에서 이달 3일 2950원까지 뛰었다. 8월 800원대에 머물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13일 현재 2000원에서 지지선이 형성돼 있다. 향후 시장에서의 티타늄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티타늄 생산라인 개발이 완료되고 생산이 시작됨과 동시에 최 회장은 올해 매출액을 5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96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 5년간 1000억원을 넘어선 적이 없지만 올해 최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5000억원이라는 매출액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스테인리스 1위에 만족하지 않고 티타늄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최 회장은 칠순의 나이에도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죽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산 공정에 차질이 없도록 설비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제부터 성장의 시작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살아남는다는 ‘선두주자론’을 펼치는 최 회장의 일성이다.
◆ 약력
-1962 건국대학교 상학과 졸업
-1963 배명철강 대표
-1971 배명금속 대표
-1976 (주) 배명금속 설립, 대표이사 취임
-1993 제30회 수출의 날 1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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