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산업 육성을 위한 10년 계획 필요(펌)
줄기세포산업 육성을 위한 10년 계획 필요(펌)
"정부가 줄기세포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산업이 발전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에 자연스럽게 자금이 들어
오고 기업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줄기세포 10년계획' 같은 장기적인 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한 벤처기업중 한곳인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49.·사진)의 제언이다.
메디포스트는 2005년 무릎연골재생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임상시험에 돌입, 2012년 1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유래된 타가줄기세포 치료제로서는 1호다.
메디포스트도 후속작 개발과 해외진출로 성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서 부딪치는 어려운 시장환경은 경쟁사와 다를 바 없다. 높은 시술가격과 까다로운 규제, 의료계의 고정관념 등으로 시장형성은 더디고 자금력과 인력의 열세로 폭넓은 연구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 벤처줄기세포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정부 지원을 주문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가 장기계획을 갖고 판을 만들어주면 자금이 모이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포스트는 최근 홍콩에 `카티스템'을 수출했다. 줄기세포치료제 해외수출 첫 사례다. 이 제품은 미국서도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후속 제품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뉴로스템', 발달성 폐질환치료제 `뉴모스템' 임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이 두 물질은 미국서도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카티스템'의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해 5월 첫 제품이 나갔다. '카티스템'은 다른 약품과 달리 시술이 필요하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시술방법을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카티스템' 시술비는 얼마나 하나.
▶700만~1200만원 정도 한다. 연골이 얼마나 손상됐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병변의 사이즈에 따라 정확한 용법·용량을 연골 손상부위에 발라준다. 손상된 연골부위를 노출한 다음에 발라주기 때문에 전문병원에서 해야 한다.
―인공관절보다 효과가 더 좋은가.
▶일부 조직이 재생되는 것부터 완전히 새것으로 재생되는 경우까지 모두 가능하다.
재생된 연골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중요한데, 인공관절보다 오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관절은 10~15년 쓸 수 있다. 특히 인공관절은 연골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술을 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재수술도 해야 한다. `카티스템'은 아무때나 시술할 수 있다. 젊은 사람이나 50~60대도 충분히 시술이 가능하다.
―상업적 성공까지는 인내가 필요한 것같다.
▶그게 경영이라고 본다. 신약이 상업적으로 자리잡기까지 10~15년 걸려야 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가 의약품으로 정의된 순간 상업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가장 큰 장애다.
―기업 경영하는데 무엇이 가장 어렵나.
▶바이오기업들은 주로 벤처기업이다. 기존에 많이 뭔가 팔고 있는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신약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다. 우리나라 바이오벤처업계에는 벤처기업이 연구돚개발을 하다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거나 M&A(인수·합병)되는 생태계도 없다. 결국 우리 바이오기업은 현금을 만들어주는 다른 사업을 하든지, 끊임없이 자금을 유치하든지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상업화될 때까지 잘 버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줄기세포약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예컨대 뇌신경계는 약이 없다. 질병이 일어나는 이유가 너무 복잡해 개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치매, 파킨슨, 루게릭, 척수손상은 약이 거의 없다. 시간이 걸려도 시장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뇌신경계, 골관절계, 자가면역질환에도 줄기세포가 사용된다. 줄기세포들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하면서다.
―치료제 없는 경우 임상이 덜 끝난 줄기세포치료제라도 시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람에게 안전하고 환자의 동의가 있다면 난치병환자들에게 테스트를 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의료진을 믿고 내부 임상시험심의위원회를 통해 줄기세포치료제 사용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것이 있어야 기술 진전이 빨라진다.
―우리나라 규제에 문제는 없나.
▶기술은 발전하는데 제도가 못따라온다. 임상시험을 한 번 디자인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중간에 콘셉트가 바뀌어도 처음부터 임상시험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임상시험 도중에 효능을 높일 수 있고 아이디어가 생겨도 지금 제도에서 접목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도 다시 처음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가긴 쉽지 않다.
―다른 어려운 점은 없나.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뀐다(웃음). 줄기세포는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담당공무원을 이해시키는데 오래 걸린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폈으면 좋겠나.
▶정부가 R&D자금을 쪼개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육성의지가 중요하다.
큰 그림에서 정책과 실행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줄기세포 10년계획'이 있다면 벤처캐피탈 자금들이 줄기세포업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환경만 조성해 주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분위기는 금방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