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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량ㆍ미분양과 집값 전망

공주~ 2008. 5. 16. 10:22

공급량ㆍ미분양과 집값 전망
 
집값을 전망할 때 활용되는 수단은 여러 가지다. 분석가들은 '벌집모형이론'을 즐겨 쓴다.

일반 경기 흐름과 주택시장을 연계해 집값을 예측하는 모형이다.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 변동 관계를 6개 국면으로 나눠 호황· 불황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1국면(거래량 증가·가격상승)→2국면(거래량 감소·가격상승)→3국면(거래량 감소·가격보합) →4국면(거래량 감소·가격하락)→5국면(거래량 증가·가격하락)→6국면(거래량 증가·가격보합) 등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 집값이 이런 이론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움직인다 해도 일반인들이 이를 선행적으로 알기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은 이런 이론보다는 드러난 수치에 의존한다. 이미 알려진 수치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더 현실적이고 유용한 집값 전망 도구일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러난 수치는 공급량과 미분양 주택의 증감이다.

아파트 공급량(분양 물량)이 얼마나 되고, 미분양 주택이 얼마나 늘었고 줄었느냐를 보면 시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공급량으로 시황 파악하기

 

1998∼2000년에 집을 많이 짓지 않자 그 후 3∼4년간 집값이 뛰었다.

주택은 짓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거꾸로 2002∼2003년에는 주택시장이 호황으로 접어들자 건설업체들이 한꺼번에 공급량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2004년 이후 새로 입주하는 주택이 늘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었다.

지난해 주택 입주 물량은 31만여가구에 이른다.

 

그래서 공급 과잉의 후유증이 발생한 것이다.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이라면 이 정도의 물량은 어렵지 않게 소화된다.

그러나 때마침 규제가 시장을 강타해 투자수요가 급감한 상태에서 공급량 과잉의 후유증이 불거져 시장은 설상가상의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1998년 연간 30만 가구에 지나지 않았던 주택 공급량은 1999년 이후 해마다 40만∼60만 가구로 늘어났다.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도 2002년 이후 2004년까지 3년간 11만 실이 지어졌다. 여기에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을 합치면 연간 공급량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물량만 놓고 보면 공급 과잉이란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공급량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공급량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2000∼2002년에 원룸임대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이 봇물을 이뤘다. 이들 주택을 빼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량은 과잉이라고 보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30만가구 정도다.

지난해보다 1만여가구 줄어들 것 같다. 부산 등 지방 광역시가 많다. 그러나 서울은 올해 4만여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보다 입주 물량이 15% 이상 줄어들어 사정이 좀 나아지는 것이다.

 

◇미분양으로 파악하는 주택시장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여 가구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에 이른 적도 있다.

분양권 전매 금지 등 각종 규제와 분양가 상승에 따른 부담감, 기존 주택시장의 침체 등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미분양 주택은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장상황 때문에 입지여건이 좋은 알짜 단지마저 미분양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투자심리 악화는 이토록 가혹한 것이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가격에 분양한 아파트도 투자심리의 변화에 따라 막대한 웃돈이 붙기도 하고, 미분양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분양 주택 추이를 보고 무엇을 읽을 것인가.

분양시장은 기존 주택시장과 성격이 달리 주택건설산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미분양이 늘수록 주택건설산업을 위축된다.

장기적으로는 건설 물량이 줄어든다. 미분양이 쌓여 있는 판에 어느 업체가 신규 공급 물량을 늘리겠는가.

이는 결국 내수경기의 침체를 부른다. 결국 미분양 주택은 정부 정책의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그래서 정책 입안자들은 미분양 주택 추이를 늘 예의주시한다.

1998년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에 이르렀을 때 신축 미분양 주택 구입 시의 세제감면 혜택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또한 미분양 주택의 양면성을 시사한다.

 

지금은 미분양 주택이 6만가구다.

이 수치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은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 수밖에 없을까. 아니면 미분양 주택을 줄이는 방책이 나올까.

시장의 변화는 극단적일 때 닥친다.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할 때 시장의 변동 가능성을 잘 봐야 한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미분양 주택의 수치를 통해서도 시장의 앞날을 진단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