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웃음 보따리(ㅎ)

[스크랩] 문득 올려다본 겨울 하늘이 아름다웠어

공주~ 2008. 1. 27. 00:35

 

겨울의 초입.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맨발로 종종거리며 빨리 들어가야지, 하던 참이었는데..

아, 이쁘다.. 감탄하면서 잠시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별도 없이 짙은 남색빛으로만 가득 채워진 하늘..

그리고 이런 밤이면..

추위에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겨울 밤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게.. 생각이 났다.

 

1998년이었나..

그해 수능치는 전날은 유난히 춥고.. 유난히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밤이었다.

선배들의 수능치는 전날이어선지, 떨어지는 유성이 신기해서였는지

어쨌든 그날 유난히 들떴던 나는 그 좋아하던 잠도 안 자고

밤새 떨어지는 유성을 바라보며 한 가지 소원만 빌었댔다.

(그 소원은 이뤄졌지만.. 어째 뒷맛이 씁쓸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유성에 대고는 소원을 빌지 않으려고..)

어쨌든 그 밤.. 그렇게 밤을 새고

새벽길을 신나게 뛰어 그해 수능을 치던 선배들을 응원하러 갔었다.

내년이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시험을 쳐야겠지.. 생각하면서.

 

그 밤에 대한 기억때문인 것 같다.

짙은 남빛 바탕에 은빛으로 떨어져 내리던 유성들.

추워서 몸을 떨면서도 담요를 두른 채 창을 활짝 열고 바라봤던 그 하늘.

너무 아름답다며 나도 모르게 울었던 그때..

누군가와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 이 얘기를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건데..

당신과 함께 코끝 시리도록 오래오래 겨울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데..

어버버버.. 하다가 미안.. 못 들은 척 해줘, 하고 말았다.

글도 안 되는데 말도 안 되니 큰일이다, 정말..

 

어쨌든.

겨울 하늘이 좋다.

추워서 몸이 얼고, 시린 손을 비비면서 바라보더라도 겨울 하늘이 더 좋다.

 

출처 : 꿈꾸는 고양이
글쓴이 : 나란 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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